오늘, 와우북페스티벌에서 강력추천;을 받아 산 동화책이라 소개할까 합니다.
사노요코의 '세상에 태어난 아이' 라는 책이에요.
「백만 번 산 고양이」로 잘 알려진 사노 요코가 다시 한 번 삶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초록색과 빨간색을 주조로 한 사노 요코 특유의 거칠고 대담한 펜 선에 석판화의 독특한 느낌이 어우러져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출간 초기에는 그녀의 마니아 독자들도 낯설게 받아들였지만, 2000년 이후 여러 그림책 모임이나 학부모 단체에서 주목 받았습니다. 아사히 신문의 <역대 걸작 그림책 40선>에도 선정되었습니다. | ||
태어나고 싶지 않아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아픔도, 무서움도 배고픔도 모릅니다.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무엇과도 관계하지 않고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변화가 옵니다. 우연히 어떤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여자아이와 여자아이 엄마의 관계 즉, 사랑의 관계를 느끼고 나서 태어나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아이는 “엄마!”를 외치며 태어납니다. 태어난 아이는 이제 감정을 느끼고 세상과 관계를 맺습니다. 아프면 울고, 배고프면 빵을 먹고, 물고기를 쫓아가고, 모기에 물리면 가려워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면 크게 웃습니다. 태어난 아이 곁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습니다. 울면 안아주고, 아플 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 줍니다. 자기 전에는 꼭 껴안고 잘 자라고 입맞춤도 해 줍니다. 태어난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지만 참 행복한 일입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태어나게 한 것은 ‘반창고’ 입니다. 그것은 강렬한 감정과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매개물이었습니다. 여자아이와 여자아이 엄마를 통해 엄마의 존재와 사랑을 느낀 아이가 그 사랑의 힘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세상과 동떨어져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사는 자폐아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폐아동들이 세상과 만나게 되는 건 열이면 아홉, 어머니의 힘입니다. 넓게 말하자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 모두의 힘입니다. 사랑이라는 큰 힘은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세상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포근한 이불입니다. _지마켓
이 책의 주인공은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이다. 그리고 ‘태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로 시작되는 첫 문장에서 작가의 독특한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내용은 간결하다.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의 이야기인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느낌도 들지 않고, 또 무엇과도 관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것을 계기로 태어나고, 그리고 태어난 아이는 아픔과 사랑을 동시에 알게 된다. 물론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과의 관계와 또 자신의 욕구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압권은 아이가 마침내 태어나기로 결심한 장면이다. 표면적으로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반창고’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나기로 결심하지만, 은유적으로는 모성의 힘이 태어난 동기가 된다. 그것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처음 외치는 말과 두 손을 있는 힘껏 벌린 몸짓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노 요코는 이미 일본에서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폭넓게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작가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90년대 초반에 등장했을 때, 그녀의 매니아 독자들조차 상당히 낯설게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이 책은 여러 그림책 모임이나 학부모 단체 (특히, “나는 왜 태어났어요?”라는 질문을 아이가 성장하면서 던질때마다 난처하다는 부모들을 중심으로) 에서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의 시각에서는 수많은 상상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급기야 소학교(초등학교)에서 이 책으로 독서토론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계속 쇄를 거듭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특집 게재된 [그림책의 힘] 리뷰가 이를 압축한다. 전작인 [백만 번 산 고양이]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그 무엇을 일깨워준다면, 이 책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살아있음의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워준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삶의 소중함을 아이들의 직관으로 느끼게 하는 이색적인 그림책이다. 어떤 의미에선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매번 읽을수록 그 단순함에서 어떤 깊이가 자꾸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와 또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하지만 이 작품은 일러스트 기법이나 묘사, 그리고 다루는 주제의식이 그림책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저자인 사노 요코가 원래 강렬하고 독특한 일러스트와 발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초록색과 빨간색을 주조로 하여 석판화와 펜화가 어우러진 이 작품의 그림체는 그녀의 이전 작품에 비해 그 독특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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