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무더운 햇빛이 지칠 줄 모르고 전국을 달구고 있는 요즘,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들의 발걸음이 활기차게 이어지던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남산에 위치 한 ‘국립극장-KB청소년하늘극장’이었습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이야기 해결단’ 워크숍을 국립극장에서 진행했습니다. 국립극장은 2009년부터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어린이 예술학교’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2012년 여름 예술학교에 이야기꾼이 참여하게 된 것이지요. 이야기꾼은 이미 부평부개문화사랑방 등을 통해 극장에서 워크숍을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만, 이번엔 조명과 무대효과를 이용해 기존의 수업보다 ‘참여 연극’의 형태로 더 다가가고자 노력했습니다. 결과요? 아주 대만족이었지요!
하늘극장은 732석의 객석을 가진 국내 최초의 돔형 공연장입니다. 공연장은 소극장 300석 이하, 중극장 500석 안팎, 대극장 1000석 이상으로 그 크기를 나눕니다. 하늘극장은 중극장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지요. 그렇게 너른 공간을 이야기꾼 4명, 아이들 30명이서 메웠다는 게 상상이 가시나요? 가~득 메웠다는 건 조금 거짓말을 보탠 거지만, 무대를 한 가득 채웠다는 건 사실이랍니다.
이야기 해결단은 책 속 주인공이 직면한 문제를 아이들이 협동하고 토론하여 함께 풀어 나가는 것이 목표이자 핵심인 수업입니다. 강사배우들이 책 속 인물이 되어 미니 극을 만들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하늘극장에선 각 장면에 따른 조명 효과로 인물을, 버블과 스모그 효과로 장면을 부각시켜 한층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후 강사배우들은 아이들의 반응과 기억에 남는 말들을 서로 나눕니다.
<사랑에 빠진 개구리> 수업 후 한 아이가 어머니에게 “엄마, 나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종이 다른 개구리와 오리의 사랑을 이어주느라 아이들이 고군분투했던 수업이었습니다. 프러포즈가 성공한 이후에도 약속했던 갈대춤을 끝까지 춰주기도 했던 날이지요.
<마쯔와 신기한 돌> 수업에선 한 친구가 마쯔로 분한 배우에게 “내가 본 생쥐 중에 가장 살 찐 생쥐야.”라고 말해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곧 “그래서 제일 귀여운 생쥐야.”라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답니다. 해적이 등장하자 잔뜩 얼어붙은 모습도 어른들의 폭소를 자아냈지요.
아이들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보여줍니다. 어른과 같은 공간을 공유해도 영 다른 세계로 빠져들기도 해요. 그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싶은 때도 많습니다.
이야기꾼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발문을 해야 할지 늘 고민합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지침은 줄 수 있으나 정답이 무어라 정의내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듯 아이들에게 정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업을 무사히 잘 끝내 준 서른 명의 친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즐거운 기억을 마무리합니다.